알약

2007/10/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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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 사람들은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면 빨간 알약을 한 알씩 먹는다. 한 제약회사에서 개발했다는 이 알약은 사람들을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일부에서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이 알약의 부작용을 걱정했지만, 이 알약을 먹으면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자신의 본래 능력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머지않아 너도나도 먹기 시작했다. 빨간 알약은 얼마 가지 않아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심지어는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에 사는 사람들도 이 알약을 복용하는 시대가 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뭔가가 빠졌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필요 없는 행동은 자제되어 에너지가 많이 절약된다는 (역시 빨간 알약을 먹고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얻게 된 연구자들이 수행했을)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왔고 나날이 범죄율도 감소하는, 분명 평화로운 세계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허전함을 느꼈다. 하지만 알약이 가져다 준 이점에 비하면 약간의 미심쩍음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구는 능률적인 행성이 되었다.

한 과학자가 있었다. 이 과학자는 주류 과학에서는 떨어진 외톨이 과학자였다. 누구도 그를 진짜 과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인간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인간과학자라고 불러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람들은 단지 그를 미친 과학자라고 부를 뿐이었다. 하지만 이 과학자는 전 세계에서 아마도 단 한 명뿐일, 알약을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미친 과학자가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여러분, 빨간 알약은 여러분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추억, 그것에 대한 그리움, 만남과 이별에 대한 기억, 이 소중한 것들을 빨간 알약이 여러분에게서 없애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런 것들이 뭐기에. 빨간 알약이 그런 작용을 할 리가 없을뿐더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위대한 알약의 부작용치고는 너무 별 것 아닌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미친 과학자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잠자코 하얀 스프레이 통을 그의 감색 서류가방에서 꺼내 사람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스프레이에서 나온 작은 입자들이 사람들에게 닿았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뭐야 이건, 당신 정말로 어떻게 된 거 아냐?”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은 다른 이유로 놀라기 시작했다.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눈이 멀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누구”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 남자는 지금까지 자기 옆에 있던 여자가 자기 옆집에 사는 사람, 오늘 아침에도 계단에서 얼굴을 마주친 그녀라는 것을 깨달았고, 한 아이는 자신의 선생님을 만났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기계적이었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알아보고, 다정한 말을 건네며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하얀 스프레이의 작용인 듯 했다. 어렸을 때의 추억, 나무 아래에서 했던 약속들이 하나하나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가 옳았어, 빨간 알약은 우리에게서 인간다움을 뺏어갔던 거야!”

사람들은 그, 인간과학자를 찾았으나,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잠시 잃었던 만남과 이별, 추억을 되찾음으로써 그 중요함을 깨닫고 그것을 알려준 그에게 감사했고, 지구는 다신 인간다움, 생명력, 삶의 풍요로움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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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펌킨 2007/10/14 22:30 edit rply

    무슨 얘길 하고 싶은건지/
    대충은 알겠는데 개연성은 그닥

    • ataiger 2007/10/15 15:57 edit

      어쩔 수가 없음. 난 원래 글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쓰면 이렇게밖에 안 됨.

  2. ataiger 2007/11/07 16:00 edit rply

    이거 그지같게 허접한 거 맞는데 백일장에서 아주아주조그만 상 받는다.. ㅡㅡ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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