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영화관에 가게 되어 오랜만에 한국 영화를 보게 되었다. 좋은 한국 영화는 많지만 전에 "신데렐라"라는 공포영화를 보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어서 잘 알지 못하는 영화, 특히 한국 영화는 꺼리게 되었다. 꼭 우리나라가 영화를 잘 만들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수입이 되었을 정도면 그래도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영화관에 가 보니 끌리는 다른 영화는 없어서 신하균, 변희봉 주연, 윤인호 감독의 "더 게임"을 보게 되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썩 성공적인 영화라고 보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나 영상은 별 흠이 없지만 영화 줄거리의 힘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며 가장 중요한 것으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의!!) 아래 접힌 부분은 영화를 본 사람들만...
누구든 영화를 보고 나오면 이 질문을 하게 된다. "민인호(신하균 분)가 몸을 되찾은거야 아니면 강노식(변희봉 분)이 게임에서 이긴거야?"
영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민인호와 강노식은 "민인호의 기억(민인호의 것)"과 "민인호의 몸(강노식의 것)"을 두고 두 번째의 전화 대결을 하게 된다. 영화가 으레 그렇듯 결과를 바로 보여주지 않는다. 강노식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의 송신음이 들린다. 뚜- 뚜- 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관객을 압박하고 그 다음 장면은 예상대로 시간상으로 두 번째 게임 이후의 장면. 민인호가 여자친구 주은아(이은성 분)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이다. 민인호는 주은아가 알고 있는 대로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고 주은아는 이에 안심하는 모습이다. 주은아가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 인호는 담배를 꺼내 강노식이 하던 것과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담뱃불을 붙인다. 관객이 아, 두 번째 내기도 강노식이 이겼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문제는 영화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담배를 물어 든 민인호는 관객에게 배우 신하균 특유의 썩소를 날리고 화면이 페이드 아웃되며 자연스럽게 크레딧이 올라가야 하는 그 순간! 어이없게도 갑자기 수술대에 누워있는 두 사람, 민인호와 강노식의 모습이 보인다. 두 번째 내기 이후의 모습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씬의 추가로 많은 관객이 결말에서 헤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자신만만한 (민인호의 몸을 한) 강노식의 모습에서 게임은 그가 이겼거나 아니면 강노식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리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장면의 의미는 강노식에게 빚을 졌던 신경외과의사 김 박사가 강노식에게 마취제를 주입한 뒤 그에게 뇌와 척수를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확률은 혈연이 아니고서야 수십 만명 중 하나야 하고 말하는 것에 있다. 그가 말하길, "게임은 너만 한 게 아니지". 영화 대사도 불분명하다. 앞에서 혈연이 아니고서야... 때문에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민인호와 강노식의 부자관계설. 이 설은 민인호의 직업 "화가"와 강노식의 집에 걸려있는 수많은 미술품들이 가진 미술이라는 공통점을 복선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인호 아버지의 형제일 삼촌 민태석(손현주 분)이 등장했고, 삼성 미술품 비자금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림은 돈 많은 사람의 사치품이기 때문에 강한 설득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결론은 다른 하나의 가능한 설명, 단순히 김 박사가 강노식에게 복수를 하는 거라는 건데... 그럼 빚을 진 자신을 구속했던 강노식에게 복수를 하는 입장에서 강노식이 그토록 원했던 민인호의 젊은 육체를 남겨주었을 리 없고, 그런데 그렇다면 그 앞 장면에서 민인호가 강노식의 방법으로 담배를 핀 건 무슨 의미일까. 민인호는 이 장면을 제외하고 영화에서 한 번도 담배를 핀 적이 없다. 마지막의 민인호는 민인호여도 이상하고 강노식이어도 이상하다.
감독의 실수인지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은아에게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민인호의 등에는 수술 자국이 없다. 이 장면은 민인호 이중인격설 등 영화에 대한 다른 괴이한 해석을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뇌-척수 이식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이렇게 몸을 도둑맞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하는데 수술이고 뭐고 다 없었던 거고 영화 "아이덴티티"에서 처럼 강노식은 민인호의 다른 인격었다 하기에는 영화의 수많은 부분들이 아쉬워진다.
윤인호 감독은 영화의 반전이 중요하다 했다. 김 박사의 대사가 반전인 거였다면 참... 안타깝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 "페이스 오프"는 결말이 참 깔끔했는데 이 영화는 그만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듣기에는 영화엔 잘린 부분들이 많으니 DVD를 기다려보라 했다. 내게 그 때까지 관심을 유지할 인내심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결말에 대한 의구심들이 풀릴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 이은성(영화 중 주은아)은 키스신이 영화에서 짤렸다고 했다.
영화 결말은 나로써는 이렇게 해석이 잘 안되고... 그 이외의 부분, 볼 거리나 장면 구성은 볼 만한 정도다. 영화 중간 중간에 썩 중요하진 않은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로 인해 집중에 어려움을 느꼈다. 배우 이은성이 정말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