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만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지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 나는 로봇이 좋아서 공학박사가 되려고 했다. "공학박사"가 뭔지는 전혀 몰랐지만 학교에서 나의 20년 후 모습 그리기 하면 무조건 책상 앞에 서서 로봇을 만드는 모습을 그렸다. TV에 나오는 로봇이나 인간같은 로봇을 만들어내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았다. 공학박사가 되는 것은 당시의 말 그대로 꿈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변호사가 되고싶었다. 우리집이 그다지 부유하지는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기 때문에 돈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지만 나는 내가 얻고 싶어하는 것을 모두 돈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만 있으면 비싼 차도 탈 수 있고 좋은 집에서 살 수도 있다. 빌 게이츠처럼 갑부가 되어 내가 하고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살고 싶었다. 학교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한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당연히 나는 목표가 변호사가 되었고 서울대 법대를 가야지 라는 생각도 했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그런 쪽으로도 소질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나는 내가 변호사나 판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중학교를 다닐 때 나는 꿈이 없었다. 물론 여전히 돈이 내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변호사도 귀찮은 직업같았고 공학박사가 되어 로봇을 만든다는 건 유치한 상상으로 느껴졌다. 중학교 3학년이 될 무렵 나는 내 진로를 문과로 할 것인지 이과로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고 경시 준비를 하며 과학을 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주변에 외고를 간다는 친구들도 많았고 내 영어실력에도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문과의 진로를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경시 준비하며 물리를 배울때 오랜만에 배움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꼈고 결국 부산영재고에 지원해 합격했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아직도 내가 뭐가 될지 모르겠다. 입학 후 최근까지 "나는 꼭 물리를 해서 겔만이나 파인만 같은 길이 남을 인물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요즘은 내가 물리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든다. 중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 중 이과를 가는 쪽은 전부다 의사가 되려고 한다. 그러자 의사도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친구의 아버지가 이비인후과를 했는데 석달에 4천만원을 번다는 이야기를 했었던게 기억나 또다시 갈팡질팡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생물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1,2학기 모두 좋은 성적을 받았던 것도 나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나는 물리를 하게 될 것 같다. 이러한 불확신을 확신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방황하는 짓은 그만두고 차분히 내 길을 걸어야 한다. 이 글을 10년 뒤에 보았을 때 지금을 후회하지 않게 되도록 반드시 생전 안하던 노력을 해서라도 내 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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