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007/01/03 01:44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들 한다.

오늘도 TV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그것도 12살짜리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건방진 놈. 그런데 그 나이에 특목고 들어간대더라고? 우리 학교인가? 혹시 올해 보게되면 패줘야겠다.

난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물론 해당하는 자들이 나보다 뛰어난 경우에.

웹의 망할 hypertext 때문에 굴러다니다 보면 끝이 없는데, 오늘은 어쩌다보니 10대 독립 아이두라는 곳에 굴러가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다! 젠장맞을. 나도 이제 10대 후반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난 90년생. 이번 생일로 어느덧 18이네... 늙었다. 앞으로 2년만 있으면 나도 더이상 10대가 아니게 된다. teenager, 푸릇푸릇한, 그 나이의 사람이 아니게 된다. 이런 젠장.

아이두라고 하길래 그냥 이글루스나 싸이처럼 블로그나 개인의 웹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이트인 줄 알았더니 1999년 말 중딩들이 만든 사이트더라고. 게다가 지금 그곳에서 노는 놈들도 Ajax니 뭐니... 난 이름만 들어 뭔지만 아는 수준의 것들을 논하고 있으니. 열등감이 어느샌가 내 머릿속을 장악해서. 젠장. 일부는 나보다 그림도 더 잘 그리더라고. 내가 소홀하긴 했지만 내가 한때 관심 가졌던 것들이 어느새 나보다 어린, 또는 동년배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잘것 없는 작은 개미떼들에게 쫒기고 있다니. 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오늘의 내가 우습다.

어릴때는 내가 노력만 하면 모든 분야에서 일인자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얼마 후 나를 18살의 늙은 10대로 만들 달력을, 그것도 Windows의 달력을 보면서, 난 내가 씹었던 시간의 속도에 관해 한탄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조금은 동의의 여지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은 빠르다. 어떻게 사용하던지 흘러갈 시간이다.

내가 후회하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 열심히 살거나, 아님 모든 시간을 타임 슬립을 위한 연구에 투자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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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보슈 2007/01/03 11:04 edit rply

    난 30대인데 10대후반이 늙었다고 생각하다니...주위에 어른은 없는것이오?-.- 쓸데없이 늙었다느니 하는 한심한 걱정은 집어 치우고 그 나이때에 할 수 밖에 없는일을 꼭 하시도록...시간은 후딱 지나갑니다. 당신은 늙은게 아니라 어린것이오. 10대때부터 나이에 대해 집착하면 앞으로 남은 생에는 평생 한탄하고 살게 될것이오. 새해에는 뜻을 이루도록...

    • ataiger 2007/01/03 12:28 edit

      확실히 제가 좀 건방졌군요..
      일찍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해 볼 생각도 못한 채 시간이 지나버린 게 너무 안타까워서 이런 생각을 한거랍니다.

  2. 더블XQ 2007/01/03 12:52 edit rply

    아이디 보고 정세현인줄 알았네…
    아이두 그거 난 두발자유나 주장하는 애들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근데 난 니가 노력하면 진짜 일인자 될 것 같다
    진짜로

    • ataiger 2007/01/03 13:03 edit

      고마워. 열심히 해야겠다.

  3. 알테이아 2007/01/03 23:52 edit rply

    12살에 특목고..
    <어디선가 들은 얘기>
    A : 저 사람은들을 어짜피 죽을거 왜 노력하지? 왜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거지?
    B : 그걸 깨닫지 못하고 얽매이는 인간이라서 그럽니다.
    A : -_-;;

    뛰어나서 좋은게 뭐지? 돈? 명예? 권력?
    ---------------------------------
    내 이야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고 힘내 *^^*
    형은 위트 넘치는 말투와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잖아. ㅋㅎ

    • ataiger 2007/01/04 01:48 edit

      내가 전에 쓴 말이 그렇게도 걸렸단 말인가!!
      (위트랑 준수??)
      노력이고 후회고 평소엔 생각 안 하는데 하는 척 하면 왠지 멋있을 것 같았을 뿐이다. 난 언제나 let it be.

  4. 비밀방문자 2007/01/04 01:38 edit r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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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aiger 2007/01/04 01:55 edit

      아.. 역시 그 tigger가 이 tigger였던 거구나.
      그런 식으로 링크 거는건 어떤 라이센스라도 안 걸려.

      그건 그렇고 말이지.
      네 블로그 쪽에 달린 댓글이 참 기분나쁜데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한 pride가 한 닫힌 커뮤니티 따위한테 밀릴 이유가 없잖냐.
      저 사람에게 아이두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아니라 다만 눈에 밟혔을 뿐이다는 걸 좀 알려주고 싶네. 난 이 글 쓰기 10분 전까지만해도 아이두라는 이름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곤란하지.

      내가 열등감이란 단어를 사용할 땐 전혀 몰랐는데, 다른 사람이 내 감정을 '열등감'이라고 말해주니 이건 참 뭐같군.. 이 친구 저 친구니.. 말투도 참 좋구나.... ㅡㅡ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한 커뮤니티에 대해 내가 느끼는 열등감이 절대 아닌,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 비밀방문자 2007/01/04 02:16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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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aiger 2007/01/04 03:26 edit

      됐어 됐어
      이제 그만
      죄송할 거 없는데.. ^^

    • tigger10 2007/01/04 22:37 edit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사람 이친구저친구 하는거 마음에안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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