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에 "A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1"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별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고 재미도 없어서 내가 써놓고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성 안셀무스(St. Anselmus)의 신의 존재론적 증명과 꽤 비슷하다는 걸 알게되었다(밑에 욱진이가 신의 "부재"증명과 비슷하다고 써놓기는 했었지만. 이것과 비슷하게 개념의 정의에 모순되도록 해서 하는 부재증명도 있기는 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최근 작인 <만들어진 신>을 읽다보면 3장에 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논증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 중 토마스 아퀴나스가 13세기에 한 다섯가지의 귀납법적 증명 다음으로 소개되는 게 성 안셀무스가 1078년에 한 신의 존재론적 증명이다. 내용은 대략 간추리자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존재에 비존재성이 있다면 그것은 그 대상을 더 완벽하게 만들지 않으므로 모순이고 따라서 "신"은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 증명을 (반박을 위해) 이야기로 풀어 논 것을 적어보면(저작권에 위배될지도 모르지만),
"내기할래? 나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
"할 수 없다는 데 걸게."
"그럼 좋아. 가능한 한 가장 완벽하고 완벽하고 또 완벽한 존재를 상상해봐."
"응, 그 다음에는?"
"그 완벽하고 완벽하고 또 완벽한 존재가 실제로 있을까? 존재할까?"
"아니, 내 마음속에만 있지."
"하지만 만일 그것이 실제로 있다면 더 완벽할 거야. 진짜 진짜로 완벽한 존재는 그 덜 떨어진 상상의 존재보다 더 나을 테니까. 따라서 나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어. 랄랄랄라, 무신론자는 모두 바보래요."
내 글과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ㅡㅡ

아마도 내가 이 증명을 전에 읽어본 게 무의식에 남아있었거나 그냥 우연히 천 년 전의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쓸 때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표절이라도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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