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Detective
2006/10/26 14:53시시콜콜한 뉴스? 내 눈을 감기는 따뜻한 우유? 더 이상 잠은 오지 않는다. 불과 하루 만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지금 여기 TV 뉴스는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서커스단의 단장이 살해당했으며 공연장이 불타버렸다고 말하는 중이다.
어이가 없어서인지 전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이며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할아범’을 죽인 영우라는 사람, 나의 옛 주소에 있던 지영씨, 결국 죽어버린 단장, 그리고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도 태연하게 우유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는 나. 모두가 미쳐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이 모든 것들은 완전히 비이성적이고 계획적이지 않으면서도 연관되어 있다.
나는 어릴 적에는 탐정이 되고 싶어 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이나 코난 도일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소설을 읽었고 주변의 사소한 일들을 쉽게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그런 능력은 모두 다 나의 메모하는 습관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는 메모를 꼼꼼히 하는 버릇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전, 그리고 그 때부터의 기록은 모두 다 나의 바지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메모장에 정리해 두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래에 가볍게 두 줄을 더 적어 넣었다.
메모하는 습관은 분명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건의 실마리를 붙잡는데 도움과 통찰력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이 미쳐버린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다만 조금 이상한 것이라면 나와 그 영우라는 사람의 유학 시기가 조금 일치하고 내가 유학을 가기 전에 서커스단에서 그네를 탔으며 그 시기에 해당하는 내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 지영씨가 영우와 회장을 죽인 이야기를 할 때 오버랩되던 나의 데자뷰.
혹시 지영씨는 나와 영우를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녀가 이야기하던 ‘그 사람’과 영우와 나의 유학 시절을 비교해본다면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우는 분명 나에게 떠올리기도 싫은 거대한 살인 봉을 겨누었고 그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와 영우는 동일인물이 아니다. 아니, 같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조금 더 생산적인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한국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화재로 서커스단은 난장판일 테니 가봐야 별 도움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할 수 있을 행동은 세 가지 정도……. 내 펜은 다시 메모장 위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별 도움이 안 되어 보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영씨에게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물어보는 것, 이미 사건이 일어난 곳에 가서 정황을 살피는 것 정도 밖에 없다. 내가 놓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만약 내가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없다면 분명 그런 계기는 외부에서…
따르르르르릉
전화다.
따르르르르릉
집에 둔 나의 클래시컬한 전화기가 울리고 있다. 그래야지. 해답이 안에서 나올 수 없다면 밖에서 나와야 한다. 나름대로 예상이 적중한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를 끊었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나는 방금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이 경찰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가지 이유로 알 수 있었다. 첫째, 경찰서에서 전화를 하면 보통 전화를 하는 사람의 신원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나는 며칠 전 밤에 서커스 천막에서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는 이유로 단장하고 크게 싸웠다. 당시 그 주변에는 다른 서커스 단원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나와 단장이 대화도 하지 않으려 했다는 정보가 분명 경찰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함정 수사를 할 수 없으므로 이 정보를 내게 반대로 말했을 리가 없다. 셋째로는…
왜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내 원룸의 문 밖에서 들리는 것일까? 나는 통화 상태가 좋지 않은 척하며 그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기를 유도했고 그의 목소리는 분명 전화뿐만이 아닌 문 밖에서도 들려왔다. (그 놈 참 바보로군) 이건 분명히 함정이다.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뒤통수를 야구 방망이로 후려치겠지.
경찰이 아니라면... 누구?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오래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일단 시간을 끌어두기는 했지만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나는 별로 잡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적어도 이 사건의 본질을 알아내기 까지는 결코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법에 반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말인즉, 저 사람이 경찰이고 내가 유력한 용의자 혹은 실제로 살인자일지라도 말이다.
???
생각이 이상하게 빠진 것 같다. 나는 단장을 죽인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왜 내가 살인자이며 쫒기는 입장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 원룸은 2층이기 때문에 창밖으로 뛰어내려 바닥에 안착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나는 서커스를 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균형감각과 운동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내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바보 같은 누군가를 비웃으며 메모장에 한 줄을 추가한다.
P.S.
역시 나의 글솜씨는 날이 다르게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이런 계기를 제공해준 당신들께 감사, 그리고 미안..
그나저나 정말로 붙여쓰면 읽기 어렵겠구나.
자, 그럼 다음은 미션리터!!
왜냐고? 그냥!
그리고 아래 파일은 내가 여태까지 올라온 릴레이들 다 붙여 놓은거... 그냥 다음에 쓰는 사람들 보기 편하라고.
어이가 없어서인지 전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이며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할아범’을 죽인 영우라는 사람, 나의 옛 주소에 있던 지영씨, 결국 죽어버린 단장, 그리고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도 태연하게 우유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는 나. 모두가 미쳐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이 모든 것들은 완전히 비이성적이고 계획적이지 않으면서도 연관되어 있다.
나는 어릴 적에는 탐정이 되고 싶어 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이나 코난 도일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소설을 읽었고 주변의 사소한 일들을 쉽게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그런 능력은 모두 다 나의 메모하는 습관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는 메모를 꼼꼼히 하는 버릇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전, 그리고 그 때부터의 기록은 모두 다 나의 바지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메모장에 정리해 두었다.
서커스단 단장의 집에서 영우라는 사람이 할아범을 죽임.
지영은 영우와 이미 아는 사이, 과거 깊은 관계였으나 지영의 친아버지인 M 기업의 회장의 계략으로 헤어지게 됨(여기서 영우는 유학을 감).
지영과 영우는 회장을 죽이고 지영은 총에 맞음.
내 주민등록상의 주소에는 지영이 있었음.
지영은 영우와 이미 아는 사이, 과거 깊은 관계였으나 지영의 친아버지인 M 기업의 회장의 계략으로 헤어지게 됨(여기서 영우는 유학을 감).
지영과 영우는 회장을 죽이고 지영은 총에 맞음.
내 주민등록상의 주소에는 지영이 있었음.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래에 가볍게 두 줄을 더 적어 넣었다.
단장 김근욱 사망.
서커스 공연장 불에 전소.
서커스 공연장 불에 전소.
메모하는 습관은 분명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건의 실마리를 붙잡는데 도움과 통찰력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이 미쳐버린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다만 조금 이상한 것이라면 나와 그 영우라는 사람의 유학 시기가 조금 일치하고 내가 유학을 가기 전에 서커스단에서 그네를 탔으며 그 시기에 해당하는 내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 지영씨가 영우와 회장을 죽인 이야기를 할 때 오버랩되던 나의 데자뷰.
혹시 지영씨는 나와 영우를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녀가 이야기하던 ‘그 사람’과 영우와 나의 유학 시절을 비교해본다면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우는 분명 나에게 떠올리기도 싫은 거대한 살인 봉을 겨누었고 그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와 영우는 동일인물이 아니다. 아니, 같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조금 더 생산적인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한국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화재로 서커스단은 난장판일 테니 가봐야 별 도움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할 수 있을 행동은 세 가지 정도……. 내 펜은 다시 메모장 위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1. 핸드폰으로 지영씨에게 다시 연락을 해 본다.
2. 내 옛 주소를 다시 찾아가 본다.
3. 서커스장에 가서 상황을 살펴본다.
2. 내 옛 주소를 다시 찾아가 본다.
3. 서커스장에 가서 상황을 살펴본다.
별 도움이 안 되어 보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영씨에게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물어보는 것, 이미 사건이 일어난 곳에 가서 정황을 살피는 것 정도 밖에 없다. 내가 놓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만약 내가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없다면 분명 그런 계기는 외부에서…
따르르르르릉
전화다.
따르르르르릉
집에 둔 나의 클래시컬한 전화기가 울리고 있다. 그래야지. 해답이 안에서 나올 수 없다면 밖에서 나와야 한다. 나름대로 예상이 적중한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
“장대진씨죠? 경찰입니다. 지금 서커스 화재와 김지영씨의 행방에 대해서 질문드릴 것이 있는데 잠시 경찰서로 출두해주시겠습니까?”
“...”
“저희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본 결과 장대진씨는 단장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다고 하고 지금 저희의 수사망 내에 있기 때문에 일단 용의자 명단에서는 배제하고 있습니다.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사가 오래 걸릴까요?”
“글쎄요. 지금 이 사건이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확답은 드릴 수가 없네요.”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데요?”
“아, 예,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지금 통화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더 크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일단은 시간이 없으니 얼른 와 달라고요!!”
“예, 예. 물론 가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막 잠들었던 참이라서요, 집에서 나서는데 한 30분 걸릴 것 같은데 괜찮겠죠?”
“가능하면 빨리 와 주세요.”
“장대진씨죠? 경찰입니다. 지금 서커스 화재와 김지영씨의 행방에 대해서 질문드릴 것이 있는데 잠시 경찰서로 출두해주시겠습니까?”
“...”
“저희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본 결과 장대진씨는 단장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다고 하고 지금 저희의 수사망 내에 있기 때문에 일단 용의자 명단에서는 배제하고 있습니다.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사가 오래 걸릴까요?”
“글쎄요. 지금 이 사건이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확답은 드릴 수가 없네요.”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데요?”
“아, 예,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지금 통화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더 크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일단은 시간이 없으니 얼른 와 달라고요!!”
“예, 예. 물론 가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막 잠들었던 참이라서요, 집에서 나서는데 한 30분 걸릴 것 같은데 괜찮겠죠?”
“가능하면 빨리 와 주세요.”
전화를 끊었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나는 방금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이 경찰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가지 이유로 알 수 있었다. 첫째, 경찰서에서 전화를 하면 보통 전화를 하는 사람의 신원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나는 며칠 전 밤에 서커스 천막에서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는 이유로 단장하고 크게 싸웠다. 당시 그 주변에는 다른 서커스 단원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나와 단장이 대화도 하지 않으려 했다는 정보가 분명 경찰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함정 수사를 할 수 없으므로 이 정보를 내게 반대로 말했을 리가 없다. 셋째로는…
왜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가 내 원룸의 문 밖에서 들리는 것일까? 나는 통화 상태가 좋지 않은 척하며 그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기를 유도했고 그의 목소리는 분명 전화뿐만이 아닌 문 밖에서도 들려왔다. (그 놈 참 바보로군) 이건 분명히 함정이다.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뒤통수를 야구 방망이로 후려치겠지.
경찰이 아니라면... 누구?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오래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일단 시간을 끌어두기는 했지만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나는 별로 잡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적어도 이 사건의 본질을 알아내기 까지는 결코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법에 반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말인즉, 저 사람이 경찰이고 내가 유력한 용의자 혹은 실제로 살인자일지라도 말이다.
???
생각이 이상하게 빠진 것 같다. 나는 단장을 죽인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왜 내가 살인자이며 쫒기는 입장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 원룸은 2층이기 때문에 창밖으로 뛰어내려 바닥에 안착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나는 서커스를 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균형감각과 운동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내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바보 같은 누군가를 비웃으며 메모장에 한 줄을 추가한다.
경찰로 위장하고 나를 잡으러 온 사람에게서 도망.
P.S.
역시 나의 글솜씨는 날이 다르게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이런 계기를 제공해준 당신들께 감사, 그리고 미안..
그나저나 정말로 붙여쓰면 읽기 어렵겠구나.
자, 그럼 다음은 미션리터!!
왜냐고? 그냥!
그리고 아래 파일은 내가 여태까지 올라온 릴레이들 다 붙여 놓은거... 그냥 다음에 쓰는 사람들 보기 편하라고.
고리 주소: http://ataiger.byus.net/tt/trackback/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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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r* [accelerando]
일상 140.
2006/10/27 07:33
자객팬돌씨가 쓰지 않겠다고 (ㅠㅠ) 하셔서 제가 대신 쓰게 되었습니다. 클뤼오씨였나 하여튼 그 아저씨가 '글은 작가의 심성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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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도시가 싫다.. 이곳은, 별이 보이지않아
10. Tracer and Tracker
2006/11/06 18:00
음, 드디어 소설을 쓰게 되는군. 어찌됐든 이번 소설의 요점은 1. 등장인물이 적어! 몇명 더 등장시키기로 하자. 2. 주인공의 이름은 대진으로 파편이 정한듯하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군 -_-ㅋ 3. 크리오가 죽여버린 할아범, 뭔가 굉장히 비중이 있는듯 했지만 그의 비중은 0에 수렴하고 있다. 이번에 비중 좀 높여보자 ㅋ 4. 난 시점변경을 즐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