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의 난 어떤 모습일까?
2006/02/12 01:38어렸을 때 나는 로봇이 좋아서 공학박사가 되려고 했다. "공학박사"가 뭔지는 전혀 몰랐지만 학교에서 나의 20년 후 모습 그리기 하면 무조건 책상 앞에 서서 로봇을 만드는 모습을 그렸다. TV에 나오는 로봇이나 인간같은 로봇을 만들어내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았다. 공학박사가 되는 것은 당시의 말 그대로 꿈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변호사가 되고싶었다. 우리집이 그다지 부유하지는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기 때문에 돈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지만 나는 내가 얻고 싶어하는 것을 모두 돈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만 있으면 비싼 차도 탈 수 있고 좋은 집에서 살 수도 있다. 빌 게이츠처럼 갑부가 되어 내가 하고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살고 싶었다. 학교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한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당연히 나는 목표가 변호사가 되었고 서울대 법대를 가야지 라는 생각도 했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그런 쪽으로도 소질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나는 내가 변호사나 판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중학교를 다닐 때 나는 꿈이 없었다. 물론 여전히 돈이 내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변호사도 귀찮은 직업같았고 공학박사가 되어 로봇을 만든다는 건 유치한 상상으로 느껴졌다. 중학교 3학년이 될 무렵 나는 내 진로를 문과로 할 것인지 이과로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고 경시 준비를 하며 과학을 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주변에 외고를 간다는 친구들도 많았고 내 영어실력에도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문과의 진로를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경시 준비하며 물리를 배울때 오랜만에 배움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꼈고 결국 부산영재고에 지원해 합격했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아직도 내가 뭐가 될지 모르겠다. 입학 후 최근까지 "나는 꼭 물리를 해서 겔만이나 파인만 같은 길이 남을 인물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요즘은 내가 물리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든다. 중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 중 이과를 가는 쪽은 전부다 의사가 되려고 한다. 그러자 의사도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친구의 아버지가 이비인후과를 했는데 석달에 4천만원을 번다는 이야기를 했었던게 기억나 또다시 갈팡질팡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생물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1,2학기 모두 좋은 성적을 받았던 것도 나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나는 물리를 하게 될 것 같다. 이러한 불확신을 확신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방황하는 짓은 그만두고 차분히 내 길을 걸어야 한다. 이 글을 10년 뒤에 보았을 때 지금을 후회하지 않게 되도록 반드시 생전 안하던 노력을 해서라도 내 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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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HiNe 2006/02/12 18:24 edit rply
와 블로그 따라서따라서 오다가 오게 됬는데.. ^_^
그냥 잡다한 얘기를 늘어놓자면 정말 글을 재밌게 잘쓰시는 군요 히히.. 깔끔하구!
무엇보다 공감이 갔던게
저도 물리를 했거든요 .. 근데 의사와 최근에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매우 공감공감 ㅠ_ㅠ 저랑 같은 생각을 해오신 분이있다니!!
하구 왠지 스스로 나도 발전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가득가득 퍼져옵니다 ^^
정말 열심히하시구요! 부영고 다니시니까 일단 굉장히 부럽네요 ㅠ_ㅠ
전 부영고 떨어지구 나서 수학의 미흡함을 절실히 깨달았기에 다시는 이런 조금도 후회되는 일을 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겠죠 ...!
자기의 뒷 자취를 보면서 앞길을 이어가는 건 정말 보람있는일이예요.. 하지만 너무깊게빠져버리면 개인적으로 혼란이 오게된다는 ㅠ_ㅠ ㅋㅋㅋ
아무튼, 저런 노력하는 모습이 참 멋지네요!
삶의 길과 죽음의 길은 이어져있고, 지금 약 1/4를 살아왔는데 남은 3/4를중 1/4를 사회를위해서, 1/4를 나를 위해서 산다고한다면 이제 남은 1/4는 공부를 할수밖에없겠죠 -_- ㅋㅋㅋ-
SuNsHiNe 2006/02/13 13:45 edit
제 후배들은 아직까지 부영고라고 부르고 있던데..
본인들이 별로라고 생각하신다면 언급하지않겠습니다;;;
ㅎ_ㅎ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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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다 2006/02/13 23:56 edit rply
ㅋㅋ니 중딩시절을 모두 아는 나에게 초딩시절 니 꿈은 상당히 너답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저러나 내 블로그가 너무 진지하다고 머라하더니 니 블로그야 말로 갈수록 의미심장한것이 무슨 논술연습하냐?ㅋ
여하튼 돈을 버는것만이 인생의 다가 아니라는 늙은이 같은 예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도 알고 있을테니까..
또 가끔은 늙은이가 되어야 하는 상황도 있고...결론적으로 니 길을 걷는다니 좋은 결론이지만 위에 글들을 볼때 아직 정확한 길은 못찾은것 같구나..
길은 죽을떄 까지 찾는거니까...계속 찾아가야겠지.. 찾을때마다 조금씩 가다보면 끝은 나게 되있어-
이넘아 2006/02/18 00:04 edit
너나 태클걸지마..ㅋ
니 블로그 내가 태클 못걸어서 안걸고 있는거라는거 알고있지? 서로 좋을때 좋게좋게 해 임마ㅋ
내 블로그에 자꾸 이상한 댓글 남기면 뮌홴 처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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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myazzz 2006/02/28 11:54 edit rply
어이어이...'중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 중 이과를 가는 쪽은 전부다 의사가 되려고 한다.'라니~!! 무슨 그런 섭한소리를~!!
난 '굶어죽기 딱좋다'는 공학자가 될것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허벌나게 버는 꿈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