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첫 AAA 디딤돌 수업을 듣고/ 빌린 우산을 들고/ 기숙사 방향으로 올라오다가/ 중도 터널을 막 지나/ 빌린 보라색 우산을 다시 펼 무렵(오늘 오후 9시 40분 경) 두 사람이 나에게 접근했다.
아니, 우산을 들이밀길래 난 친구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어쨌든 나한테 말을 걸었다.
“저기 죄송한데요, 서울대 학생이시죠?”/ “네”/ “1학년이세요?”/ “네”
성격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다고 했다. 두 사람들 중 한 사람은 키가 조금 작고/ 얼굴은 조금 길고 통통하고/ 미간은 넓고/ 머리는 이미 벗겨졌거나 벗겨질 것처럼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나랑 비슷해 보이는 키에 (백퐐~쉽 정도-오차범위 7 cm-일거란 말이지요) 그냥 평범하게 생겼다.
키가 작은 사람이 녹음기를 켜고(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미루어 추측하건대) 나한테 질문을 하고 있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아…. 귀찮아. 평소 같으면 해 주었겠지만 오늘은 비도 오고 피곤하다. 그래서 약속이 있다고 했다.
“수업요? 아니면 뭐….”/ “약속이요.”/ “아…. 약속. 10분에서 15분 정도도 안 되나요?”
아니 되어요. 난 피곤해요.
결국 그들을 뿌리치고 ‘죄송합니다. 안녕히가세요.’를 하고 올라오는 길, 뒤에서는 예의 두 사람이 이런 약속 있는 사람 많이 만나봤다는 듯 웃었다. 비웃음도 아니었고 즐거움의 웃음도 아니었다.
나도 같이 웃어주었다./ 속으로만.
조금 미안하다. 의미있는 조사일 수도 있을텐데.
그래도 난 피곤하고 귀찮은 건 싫다.